News & Media

HOME . News & Media . 언론보도

언론보도

경향신문 : 코로나19 경계 청년 실태

2021.07.25

‘삼시세끼’도 사치인 현실, 냉동식품·라면이 주식 ‘하루 한 끼’도 다반사



식당 메뉴 고를 때 가격에 먼저 눈길이…
생활비 부족하면 식비부터 절감
취준생 절반 “식사 제대로 못 챙겨”

김나윤씨(26·이하 가명)는 주로 냉동식품과 쌀밥으로 끼니를 때운다. 보관기간이 긴 데다 값도 싼 냉동식품은 한 끼를 때우는 데 가장 경제적인 선택이다. 냉장식품은 잘 상하고 버릴 확률도 높아 장바구니에 담지 않는다. 중요한 시험을 앞두고 있어 체력보충이 절실할 때도 있지만 대학 다닐 때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과외와 학원 아르바이트로 어렵게 번 생활비를 식비에 함부로 쓸 수 없다. 그는 “가끔은 마트에서 고기덮밥 같은 간단한 조리음식을 사먹기도 하지만 요즘에는 밥맛이 없어 하루에 한 끼만 먹을 때도 많다. 맛있는 게 정말 먹고 싶을 때는 친구들을 만난다”면서 “주변을 보면 이렇게 사는 게 나뿐만은 아니다. 그렇게 절망적이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지훈씨(23)는 “지난 반년 새 체중이 많이 줄었다”고 말했다. “코로나19로 홀로 생계를 책임지고 계신 어머니의 일거리가 줄면서 집안 살림이 더 어려워졌다. 근로학생으로 번 돈을 어머니께 드리니 생활비가 많이 부족해졌다”면서 “올해 4학년이라 본격적으로 취업준비를 해야 하는 만큼 추가로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보기도 어려운 형편”이라고 말했다.

실업과 취업 사이에 놓인 경계청년들은 인간의 기본욕구이자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요한 식욕을 최대한 절제한다. 취업시장의 경계에서 언제까지 버텨야 하는지 끝을 모르는 만큼 가능한 한 모든 비용을 아낀다. ‘당신이 먹는 것이 곧 당신’이라는 말은 식재료가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개인의 취향과 건강을 가늠하는 잣대처럼 쓰인다지만, 경계청년들의 부실한 식단 앞에서는 부질없는 얘기다.

■ 메뉴 고를 때 가격 먼저 본다

식비를 아끼려 하루 한 끼만 먹는 김씨 같은 사례를 찾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경향신문과 잡코리아가 지난달 23일부터 30일까지 구직 희망자 91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온라인 설문조사를 보면 응답자의 48.6%는 “매일 밥을 챙겨먹지 못한다”고 답했다. 그 이유로는 ‘경제적 부담’을 꼽는 비율(43.4%)이 가장 높았다. 샌드위치로 간단히 끼니를 때우는 게 편해서(17.2%), 체중 관리 때문에(16.3%)를 합한 비율보다 더 많았다.

지갑이 얇은 청년에게 외식비용은 부담이었다. 응답자의 57.9%는 외식할 때 메뉴를 고르는 기준으로 ‘비용 부담이 없는 메뉴’를 선택했다. 그날 내가 먹고 싶은 메뉴(31.9%)를 택하거나 혼자 먹어도 껄끄럽지 않을 메뉴(6.7%)를 먼저 고려한다고 답한 비율보다 높았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단기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는 이준호씨(20)는 “당장 모아둔 돈으로만 생활하다 보니 음식을 시켜먹으면서도 부담스럽다. 먹으면서도 죄책감이 들기 때문에 집에서 만들어 먹거나 아니면 안 먹고 마는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제일 편하게 먹는 건 아무래도 라면인데 주변에서 몸 걱정을 해줄 때마다 한 번씩 김치와 같이 밥을 해먹는다”며 “고기가 정말 먹고 싶을 때는 값싼 돼지 뒷다리살을 사먹는다”고 말했다.

코로나19를 계기로 결식청년 문제는 더 심화됐다. 대학생 식비를 지원하는 구호단체 기아대책의 ‘청년도시락’은 올해 1학기 취약계층 대학생에게 한 학기 식사비용 35만원을 지원하는 사업에 1645명이 몰렸다고 밝혔다. 이는 239명이었던 직전 학기(2020년도 2학기)에 비해 8배가량 증가한 규모다. 강은해 희망친구 기아대책 간사는 “코로나19 이전에는 기초생활수급자 등 주로 생활 형편이 어려운 대학생이 신청했다”며 “반면 최근에는 아르바이트 자리를 잃어 갑자기 생활이 어려워진 대학생 신청자가 큰 폭으로 늘었다”고 말했다.

■ 저소득층 청년 85.6% “식비 부담돼”

코로나19로 끼니 걱정 더 깊어져
‘청년도시락’ 신청자 1년 새 8배로

저소득층, 식사 질과 양 모두 부실
“한 달 동안 식빵만으로 때우기도”

저소득층의 경우에는 끼니를 거르는 일이 다반사였다. 대학생 비영리 민간단체 ‘십시일밥’이 지난해 11월 만 19~34세 소득 3분위 이하 청년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를 보면 식비가 부담된다고 응답한 청년은 85.6%에 달했다. 식비가 부담된다고 응답한 청년 중 일주일에 한 끼라도 거른 비율은 83.9%였다.

이들에게 식사의 양과 질 모두를 만족시키는 건 사치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해 펴낸 ‘청년층 생활실태 및 복지욕구조사’를 보면 경제적인 이유로 음식의 양이나 질 모두 챙기지 못한 비율은 50.3%였다. 소득이 200만원 미만인 저소득 청년의 경우에는 이 같은 경험을 한 비율이 70%가 넘었다.

문유진 복지국가청년네트워크 대표는 “음식을 나눠먹는 청년 참여 프로그램을 기획할 때 얼마나 도움이 될까 생각했는데 착각이었다. 한 달에 15만원 내에서 생활하기 위해 식빵만 먹는 사례도 있었다. 이분은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이 같은 프로그램을 찾아다녔다”고 말했다.

이들 청년의 희망은 끼니 걱정 없이 취업준비에만 전념하는 것이다. 내년 졸업을 앞둔 우혜진씨(22)는 “학비와 통신비를 내고 나니 아침·점심 먹을 돈이 없어 이틀을 우유로 때웠다가 아르바이트 도중에 쓰러져 병원에 실려간 적이 있다. 인터넷에서 특가로 내놓은 묶음으로 파는 빵을 사서 한 달 동안 아침·점심으로 계속 먹기도 했다”며 “남들에게는 별거 아닌 한 끼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에겐 한 끼가 내 건강이기 때문에 아침만이라도 든든히 먹고 싶다. 마지막 학년인 만큼 취업준비도 하고 학업에 집중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기사 원문>
https://www.khan.co.kr/national/labor/article/202107200600015#csidxd106eba01c121f59f6e51427b0b77c5